[이모저모 기록단]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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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by 박정섭
설렘으로 가득 찬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며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대구, 1박 2일 동안 휴식과 배움이 공존하는 여정이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솔라시 in 영남" 참가! 솔라시라니, 음계 같기도 하고 조금은 낯설게 들리겠지만, 이 행사는 노동과 시민사회, 그리고 공공영역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연대하는 축제다. 이름처럼 서로를 향한 "Solidarity of Labor and Civic Society," 노동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담아 매년 열리는 이 자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기분 좋게 군위의 삼국유사테마파크에 도착했다.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탁 트인 공원의 자연 속에서 가을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니 청량함이 온몸에 퍼졌다. 점심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이 모든 환경이 더욱더 감사하게 다가왔다. 곧 워크숍이 시작되었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막힘없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들처럼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며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다양한 마을 활동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느껴지는 열정과 따뜻함이, 나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우리가 맞서야 할 사회적 과제는 다양했다.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다르기도 했지만, 마음속에는 같은 목표가 있었다. 함께 이뤄나가야 할 사회적 변화와 연대를 통해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그것이 솔라시의 진정한 의미로 느껴졌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연대와 협력의 감각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각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였다.
솔라시는 스웨덴의 알메달렌 주간, 노르웨이의 아렌달스카 주간, 그리고 리투아니아의 부텐트 행사에서 영감을 받은 축제다. 이러한 행사들은 각국에서 민주주의와 공론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취지로 솔라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연대와 협력의 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작은 불씨다.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이 노력은, 우리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분위기 속에서 솔라시 문화의 밤이 열렸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가 가득한 축제의 밤을 즐겼다. 행사가 끝난 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불빛을 바라보며,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봤다. 차분한 불빛 아래에서 각자의 감정을 나누고, 새로운 결심과 다짐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솔라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각자의 의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축제다. 이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와 희망을 다시금 얻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하나였다. 각자가 걸어온 길의 고난을 나누며,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 이번 여정.
더 큰 연대의 물결이 일어나길 바라며, 앞으로도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기를 다짐했다. 우리 마을 활동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더 멋진 세상을 향해 나아가길, 그리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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