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마을기록단] 농촌 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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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을 가다(양감면 사창2리 마을 탐방)
by 박정섭
맑고 청명한 가을 아침, 도시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양감면 사창 2리 마을을 찾았다. 사창 2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 마을로, 조선 시대 양곡을 백성들에게 나누던 창고가 있던 곳이라 하여 ‘사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인 요골은 ‘갈대가 무성한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사시사철 푸른 빛을 머금은 초록산(소륵산)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자아냈다.
탐방은 마을회관에서 시작되었다. 높고 맑은 하늘과 청량한 바람이 완연한 가을 정취를 더했고, 주민들께서는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 주셨다. 여정을 시작하여 조금 걷다 보니 햇빛을 받아 윤슬처럼 빛나는 콩밭이 펼쳐졌다. 이장님께서 콩 줄기를 꺾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콩을 만져보며 “우리가 먹는 콩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감탄했다. 서리를 맞아야 깊은 맛이 난다는 말씀 속에는 자연의 순리를 소중히 여기는 지혜가 담겨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감하며 이 순간이 주는 소박한 행복을 음미했다.
경암서당 앞을 지나며 이곳에서 옛 아이들이 글을 배우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현재는 그저 옛 흔적만이 남아 아쉬웠으나, 마을 교육의 중심지로서 한때의 의미가 각별하게 느껴졌다. 김광서 효자문 앞에서는 해설사님께서 효자 김광서의 삶과 인품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문 위 현판에 새겨진 글귀를 통해 옛 사람들의 존경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효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효자문 뒤에는 360년 된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로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묵묵히 함께해온 보호수의 품에 서니, 느티나무가 전하는 묵직한 평온함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다음으로는 이장님의 고추밭을 찾았다. 아이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고추를 따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고추를 만지며 기뻐하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한참을 따던 중 누군가가 "혹시 매운 청양고추는 없나요?" 하고 물어 모두 웃음이 터졌다. 신선한 고추의 강한 향과 자연의 흙내음이 더해져 싱그러운 생동감이 물씬 느껴졌다.
고택으로 향하는 길은 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이어져 있어, 불어오는 산들바람 속에서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길을 걷다 대추나무를 만나 대추를 따 먹으며 잠시 여유를 만끽했다. 아이들은 밤송이를 줍고 도토리를 찾으며 자연의 풍요로움 속에서 기쁨을 나누었다.
고택에 도착하여 짚으로 달걀을 포장하는 체험을 했다.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옛 선조들의 정성과 지혜가 녹아 있는 전통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경험을 하며 소중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고택에서 만난 94세 할아버지께서는 이 고택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신 분이었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마을의 오랜 세월과 역사가 깃들어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마을의 과거가 더욱 생생히 전해졌다.
점심에는 마을 어르신들께서 햅쌀로 지어주신 따뜻한 밥과 정갈한 나물 반찬, 그리고 어묵국을 맛보았다. 푸른 하늘 아래 잔디밭에서 먹는 소박한 식사는 세속의 무게를 덜어주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곳의 음식은 자연의 선물과 마을 사람들의 진심 어린 정성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캐기 체험을 했다. 흙 속에 숨겨진 고구마를 캐며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흙 냄새를 맡고 웃음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이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곳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정을 마음에 새기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감면 사창 2리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마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물 같은 장소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아쉬웠지만, 이곳에서 얻은 따뜻한 기억과 여운은 언제나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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