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공공재, 그 이익은 화성 공동체의 ‘종잣돈’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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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은 늘 쓰는 구조만 있고 버는 구조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활동가들은 지치고 조직은 재정난에 허덕이죠.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닙니다. 우리 공동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난 10일, 화성시민에너지발전협동조합(이하 재생협) 사무실에서 만난 강석찬 이사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1985년 화성에 정착해 농민회, 환경운동연합, 한살림운동을 거쳐온 그가 왜 이제 ‘태양광’에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는지, 그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농민운동의 뿌리,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지다
강 이사장의 이력은 화성 시민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85년 농사를 짓기 위해 화성에 내려온 그는 87년 화성군농민협회, 90년 화성군농민회를 창립하며 농촌 개혁에 앞장섰다. 95년 농민회 해산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 끈은 쏘야 대책위와 오산화성환경운동연합 창립으로 이어졌다.
그가 재생에너지에 주목한 건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 농산물 직거래 사업을 하며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햇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치고 원가도 들지 않는 최고의 공공재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지역 공동체에 수혈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년 차 재생협의 성적표... ‘2MW’ 고지가 보인다
재생협은 현재 만 3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6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292명이다. 출자금도 2억 9천만원(1인당 평균 99만 원)을 상회한다. 4호기는 완공됐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0기의 발전소 건설이 확정됐다.
강 이사장은 그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화성 지역에서 시민운동과 사회활동을 해온 40여 명의 발기인이 초기 추동력을 만들었습니다. 수익 배당만을 목적으로 모인 게 아니라, 공공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졌기에 가능한 속도였죠.”
강 이사장은 올해 안에 발전 용량 2MW(메가와트)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1MW면 상근 활동가 1명을, 2MW면 2명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시 보조금에 목매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려면 이런 재정적 기초 체력이 필수입니다.”
강 이사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에너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입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농민회와 환경운동의 경험을 회고하며 “시민운동이 지속되려면 ‘쓰는 구조’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살림이 먹거리로, 의료사협이 돌봄으로 공동체를 만든다면,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경제적 기반을 만듭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 실무자를 지원하고, 소외된 이웃의 의료비를 돕는 구조,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입니다.”
“돈 벌어 어디에 쓰나?”... 의료사협과 손잡고 ‘돌봄’ 실천
2025년 11월 26일과 27일 재생협에서 조합원과 함께 선진지탐방을 진행했다.
조합의 차별성은 정관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협동조합임에도 법정 적립금을 제외한 수익의 3분의 2를 사회적 활동이나 시설 보완에 사용한다. 수익의 3분의 1만 조합원 배당(약 6%)으로 쓰고, 나머지 3분의 2는 사회적 활동과 시설 보완에 투입한다. 2026년 총회에서는 수익의 1%를 사회활동 기금으로 배정했다. 총회 의결에 따라 수익 일부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왕진 자부담 지원 사업’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석포6리 마파지 마을과 같은 ‘주민 주도형 햇빛 소득 마을’ 컨설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농촌 소멸 위기 속에서 영농형 태양광 등을 통해 마을 기금을 만들고, 이를 연금이나 돌봄에 사용하는 모델을 확산시키려 합니다. 우리 조합에 당장 이익은 안 되지만, 이것이 바로 기본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화성시 행정에 던지는 질문... “공공 부지 개방하라”
강 이사장은 화성시가 경기도 에너지 소비 1위 도시라는 점을 지적하며, 행정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시는 공공 부지를 직접 개발해 수익을 가져가려 하지 말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고속도로 경사면 하나도 훌륭한 발전소가 될 수 있습니다. 화성도시공사와 시민협동조합이 경쟁 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로 가야 합니다.”
에너지는 햇빛처럼 누구에게나 골고루 비치는 공공재인 만큼, 자본을 가진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2월 19일 화성시민재생에너지발전협동조합과 마파지태양광협동조합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석포6리 마파지 마을과 같은 ‘주민 주도형 햇빛 소득 마을’ 컨설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농촌 소멸 위기 속에서 영농형 태양광 등을 통해 마을 기금을 만들고, 이를 연금이나 돌봄에 사용하는 모델을 확산시키려 합니다. 우리 조합에 당장 이익은 안 되지만, 이것이 바로 기본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농촌 소멸 지역인 서부권에는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 소득 마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석포6리 마파지 마을처럼 마을 기금을 만들어 어르신 연금을 지급하는 모델이 화성 전역에 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
강 이사장의 올해 목표는 발전 용량을 2MW까지 끌어올려 안정적인 상근 인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을 위한 에너지 교육 사업과 바이오가스 발전 등 사업 다각화도 고민 중이다. 그는 ‘신생아실 분유’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먹은 분유 맛에 입맛이 고정되듯, 어린 시절부터 에너지 전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평생 기후 시민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가 학교 태양광과 강사 양성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지구 멸망 시계가 당겨지고 있다는 경고가 들립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자립의 경험’입니다. 100만 화성 시민 중 1%가 조합원이 되어 소금의 역할을 한다면, 화성은 진정한 에너지 자립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석찬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당위성’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저 옳은 길이라서 끝까지 남았을 뿐”이라는 그의 고집이 화성의 햇빛을 어떤 빛깔의 공동체로 바꾸어놓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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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화성시민신문(https://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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