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넘어 공감으로 마을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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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넘어 공감으로 마을을 디자인하다...
오 현 정(전 마을만들기화성시민네트워크 위원장)
지난주 화성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화성마을활동가 퍼실리테이터(Facilitatior) 교육이 있었다. 마을활동하면서 우리가 꿈꿨던 시간들이 바로 오늘이었다는 생각에 감동의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마을에 발을 내딛은지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
화성시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전 화성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교육장에서 마을 퍼실러테이터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의욕이 넘치게 공부하던지가 ^.^
마을 안에서 다양한 학습모임도 자발적으로 하고, 합리적 회의를 위한 테이블 퍼실도 진행하겠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떠들고 모이고 먹고 놀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그때 관계를 맺었던 선생님들의 활발한 활동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열심히 했구나“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그때 함께 활동했던 사람 중에 한 분은 한국에는 몇 명 안되는 CPF(직업적으로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인증)로도 성장했고, 현장경험을 살려 마을센터 팀장으로, 비영리민간(NPO) 단체장으로 화성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10년 전에는 그릴 수 없는 모습이다. 시간과 열정이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하였고. 선배활동가라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자리도 주어진다.
이제 겨우 11년이 되었다. 그동안 마을 안에서 참 많은 일 들이 있기도 했다. 작은 도서관 등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 남의 손에 맡기고 이제나저제나 등록증이 나올까 기다리면서 우리 도서관은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기다린 순간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을의 쓰레기 길을 예쁜 꽃길을 만들어보고 싶어 벽화를 만들고, 마을 정원을 만들어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편하게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장 같은 마을의 유휴공간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마을 사랑방을 만들었다.
모두들 낯설고 무서워 우리 지역엔 들어오고 싶지 않다던 동네에 더 이상 외국인은 이방인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라는 걸 인식시키고, 마을 안에 다양한 문화를 들여와 함께 운영하며 길다면 긴 짧다며 짧은 시간을 보내왔다. 변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 곳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마을은 변화하고 있고 다른 이들이 몰라도 그 속에 있는 우리는 변화를 체감하겠더라구요.
이 모든 일들이 혼자 한 게 아니고 동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이뤄냈다고 본다. 내가 힘들면 옆에서 동료들이 힘을 내고 동료가 힘들 땐 또 내가 힘을 내고 이렇게 어려운 시기 또한 함께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편안한 고향을, 나의 노후엔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끔씩 난 내가 독불장군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마을활동가의 가장 큰 이슈는 소통인데 말이죠. 저도 강의할 때 소통해야 한다고 많은 이야기를 하곤 해요. 그러면서도 잘 안되는 게 소통인거죠.
우리가 많은 급여를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떠미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또 하다 말면 어때요. 과정이 중요하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가끔씩 보조금사업의 성과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는 동료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과감하게 멈춰서 옆에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을 기다리며 같이 가자.
11년 마을활동 중에 가장 힘든 시기가 요즘인 것 같다. 마을활동가로서의 저의 근간이 흔들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옆에서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힘을 내보려고 한다.
마을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견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 곳이 또 마을인 것 같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소통, 이해보다는 공감, 공감을 통해 마을이 새로운 모습으로 디자인된다고 본다.
앞으로, 멋지게 소통을 넘어 공감으로 마을을 디자인을 해보려고 한다. 머리는 하얗고 작은 키에 여전히 마을에서 뛰어다니는 나의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웃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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