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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4년차 어정쩡한 <잡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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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09:12 조회 : 1,3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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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4년차 어정쩡한 『잡부화가



박석윤(창문아트센터 관장)



창문아트센터가 폐교된 초등학교에 둥지를 튼지가 벌써 24년째가 되었다. 처음에 입주했던 작가의 절반이상이 바뀌긴 했지만 흘러간 세월만큼 센터의 입지가 많이 바뀌었다. 의아한 눈초리로 작가들을 바라보았던 주민들과 이제는 농촌문제나 마을축제, 농촌프로그램, 자식교육, 부부문제까지 흉어물 없이 고민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내가 부녀회장이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지났나 보다. 엊그제 같은데....

 

시화호가 갈대밭으로 바뀌고 그로인해 대부분 어부였던 인근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도심으로 떠났다. 학생이 많아 3부제 수업까지 했던 학교가 폐교가 되었고, 이제 마을이 70여호에 약 100여명의 인구로 줄어 들었다. 이미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후대에 남길 수 있는 노령 세대들마저 한분 두분 돌아가시고, 마을의 역사가 단절되는 만치 마을의 고유한 문화 역사도 사라져 가고 있다. 서둘러 작년에 23년의 기억과 기록을 외장하드에 넣어 타임캡슐을 주민과 함께 묻었다. 23년간 찍었던 수천장의 사진과 마을활동 기록등 그동안의 땀과 노력을 함께 묻은 것이다. 앞으로 10년뒤 누군가 외장하드를 열었을 때 변화된 마을의 역사를 돌아봐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2010년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지나갔을 때 센터는 건물만 남고 주변은 쑥대밭이 되었다.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는 아름드리 플라타나스 나무는 죄다 쓰러지고, 그 나무들이 주변을 덮쳐 그야말로 전쟁터 였다. 센터도 주민도 삶의 의욕을 상실할 만큼 피해는 컸고 어디서부터 치워야 될지 막막한 상황에서 학교부터 치우자라는 촌로의 한마디에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농기계를 동원하여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치우고 복구하기를 보름, 아름드리 나무가 없어져 허전하긴 했지만 학교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다. 보름동안 매일 모여 여러 가지 사항들이 논의가 되어 처리 되었고 마을도 외관상 평정을 되찾게 되었다. (공동체)라는 농촌문화의 진수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오히려 주민이 단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14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외부에서 집을 짓고 이사오는 사람이 늘고, 농사를 짓는 사람도 바뀌었다. 땅은 그대로지만 사람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져가고 회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치열한 삶의 생존에 대한 논의에서 이제는 삶의 여유와 문화적 욕구에 대한 요구도 많아 졌다. 매년 마을주민과 문화 예술활동을 기획하여 진행 하고 있다. 예술이 농촌문제의 구체적인 대안이나 먹고사는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자연, 인간, 문화 속에서 상호 연계성과 상호 침투성을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농사와 미술이 닮은 현실은, 농사도 미술의 활동적 측면(볼거리/관객)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의 먹거리 수혜자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사도 미지의 누군가를 향한 지향성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또는 생명의 순환 구조위에 자신과 노동의 꿈을 실린다는 점에서 미술과 농사는 닮아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농촌 지역주민들을 문화의 관람자 또는 향유자로만 보면 농촌은 문화 소외지역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다. 그러나 주민 스스로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가 된다면 농촌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문화 생산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고 문화예술 활동 생산의 주체로서의 기능을 살려내는 길이 바로 문화를 통해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아하게 작품에만 몰두 하려고 귀촌했던 작가는 23년의 기간동안 어정쩡한 텃밭농부와 미장, 용접, 목수, 배관, 페인트공이 되어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잡부가 되어 있다. 삶이 바뀌니 작품의 경향도 바뀌었고 나를 중심으로 보던 세상이 함께 보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답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전보다는 삶이 재미 있다는 것이다. 그럼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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